
말러의 교향곡 10번은 원래 미완성 작품이었습니다. 작곡가가 생전에 완성했던 부분은 1악장 아다지오까지만이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악보들과 스케치들만이 남아 있었지요. 말러 본인은 유언에서 이 미완성 작품을 폐기시켜 줄 것을 아내에게 당부했지만, 그녀는 이 유언을 무시하고 남아있던 악보 전체를 출판했습니다.
출판된 악보들은 2악장 이후 작품의 구상과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거의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부 작곡가들과 음악 학자들은 이것들을 기초로 완성된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러 사후 상당한 세월이 지나, 영국의 음악 학자 데릭 쿡이 마침내 말러의 10번째 교향곡 전체의 악보를 완성하게 됩니다. 쿡은 이 악보가 어디까지나 "연주 가능한 레이 아웃"에 지나지 않으며, 말러가 살아 있었다면 수많은 편집과 수정을 통해 상당히 다른 모습의 작품으로 바뀌었으리라 추측했습니다.
사실 쿡이 내놓은 결과물과 그 이후에 등장한 다른 학자들의 결과물들이, '말러의' 10번째 교향곡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좀 미묘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이란 어디까지나 작곡가 그 본인의 손을 거쳤을 때만 가능하다는 관념에서 생각해볼 때, 음악 학자들의 작업 결과물이 진정한 '말러'의 작품이라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요. 어쨌던 그들의 작업 덕분에 말러의 10번째 교향곡 전체 혹은 그 레이 아웃을 연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리카르도 샤이의 1986년도 녹음은 현존하는 교향곡 10번의 음반들 중에서는 가장 지명도가 높은 것입니다. 쿡의 악보를 사용하고 있는 이 음반에서 샤이와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는 아주 자연스럽고 무난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사실 카라얀, 번스타인, 발터 등의 거장들이 1악장 만을 손댔을 뿐 10번 교향곡 전체를 녹음하지는 않은 덕분에 샤이가 반사 이익을 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그닥 많지도 않은 10번 교향곡의 음반들 중에서는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음반입니다.
후기
Posted by A.J.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