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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간 몰리내리-프란델리와 로마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유명한 "투란도트" 음반을 옆에 끼고 살았다. 지난 주에 쓴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최근 관심을 자극하고 있는 작곡가가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은 푸치니인데, 숱한 그의 걸작 오페라들 중에서 무엇을 먼저 들어볼까 생각하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와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는  바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오페라의 내용은 매우 통속적이고 진부한 도식에 딱 들어맞는다. 나라를 빼앗긴 방랑의 왕자가 아름답지만 잔인한 공주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가 제시하는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는 수수께끼들에 도전하여 끝내는 사랑의 쟁취에 성공한다는, 인류 역사상 수천번 가까이 반복해서 사용됬을 성 싶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외형만 보고, 거들먹거리는 일부 평론가들처럼 "푸치니는 깊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데다가 위험하기 그지 없는 짓이다.

푸치니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들은 내용의 통속성과 음악적 깊이의 얕음을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비판을 일단 수용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푸치니의 음악이 지니고 있는 강렬한 낭만성과 귀를 기울이게끔 만드는 매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투란도트"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만 해도 그렇다. 이 음반에서건 파바로티의 운동장 콘서트를 통해서건, 솜씨있는 테너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이 아리아의 선율과 감정 표현은 그야말로 듣는 이를 '잠 못 이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노예 소녀 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절대적인 헌신, 그리고 죽음의 비극적 과정 또한 "투란도트"에 있어서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서 푸치니의 탁월하고도 효과적인 선율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까지 증폭시킨다. 류의 마지막 아리아가 끝난 후에 터져나오는 칼라프의 "죽어버렸구나, 나의 불쌍한 류여!"라는 절규를, "무덤덤하고 무심하다"고 평가하면서 칼라프라는 등장인물의 심성을 깎아내리고 더 나아가 그런 인물을 창조한 작곡가마저 몰인정하고 경박한 사람으로 폄하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쓴 이는 피 대신 오일을 몸 속에서 순환시키고 있는게 틀림없다.

작품 자체에 대한 감탄은 이 정도로 해 두고 음반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자면, 일단 푸치니의 고국인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성악가들,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혼연일체로 매우 강렬하고 원색적인 감성을 내뿜고 있음을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이다. 이성보다 감성을 더 앞세우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극적인 순간을 더 잘 묘사해내는 연주를 한 여름밤에 듣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북경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극중의 사건들을 눈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게끔 한다. "이탈리아적인 열정과 감성"으로 가득찬 "투란도트"를 듣고 싶다면 이 음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 음반을 이른바 "전통적인 명반"의 대열에 올려놓은 주원인인, 코렐리와 닐손 두 주역의 빛나는 가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의 표현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면이 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칼라프 왕자는 영웅적이어야 하고 투란도트는 여신에 가까운 범접하지 못할 경외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최전성기에 이르러 있던 두 드라마티코 계열 남녀 성악가의 탄복할만한 스테미너와 고음 발성은 이 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거기다 더해서,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인 류 역을 맡은 레나타 스코토의 열창 또한 잊혀지지 않을 성질의 것이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지적해야겠다. 녹음 연도가 1960년대인 데다가  ART 리마스터링도 적용되지 않은 탓에, 때때로 합창단과 관현악과 성악가들의 발성 밸런스가 잘 안 맞는 곳이 존재한다. 또 곧 발매될 EMI의 푸치니 전집 박스물에 이 음원이 포함된 탓에, 이제 위의 앨범 자켓을 지닌 쥬얼 케이스 전곡반으로는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단일 작품만을 오롯이 수록한 전곡반의 여러 장점들이, 염가 전집 박스물의 경제성과 편리성 앞에 밀려나는 모습은 서글프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ps: 이 음반은 영국 "그라모폰" 2월호의 특집 기사에서 편집장 제임스 인번이 개인적으로 추천한 푸치니 음반들 중 하나이다. 앞으로 푸치니의 4대 오페라 -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 들을, 인번의 추천반들을 통해 하나씩 접해볼 요량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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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J.H

2008/08/25 20:13 2008/08/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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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사진은 1952년 바이로이트에서 촬영된 것으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빌란트 바그너, 이졸데로 분한 마르타 뫼들, 그리고 카라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사진에 자극받아, 2년 전에 그 방대한 양 앞에 좌절하여 그만두었던 번역에 다시 도전해본다.(A4 9장이 아니라 14장이었다)

원체 양이 많다 보니 이번 포스팅 안에 끝까지 번역하기란 역시 무리이므로, 일단 이전 포스팅 직후의 내용에서 카라얀이라는 지휘자에 대해 세 소프라노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까지만 번역하고, 나머지는 또 다음 번에 차차 해나갈 작정이다.

전문 번역인도 아니고, 번역의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닌 탓에 의역도 잦고 오역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바이로이트 음악제와 연관된 불후의 명 음악가들의 소소한 뒷 이야기들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졸역이나마 용기를 내어 시도해보았다.

길어서 가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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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J.H

2008/02/08 02:06 2008/02/08 02:06

올해에 출반되는 Testament의 "반지" 1955년도 전집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설적인 바그너 여가수들인 마르타 뫼들, 아스트리드 바르나이, 비르기트 닐손, 이 세 사람이 1990년대의언젠가 독일의 바이에른 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나누었던 대담의 전체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바이로이트 극장의 황금기를 빛낸 세 여가수의 지나간 시절 이야기가 워낙 재밌고 흥미진진하여,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나마 한번 번역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A4 9장짜리 문서인데, 전체를 대강 3페이지씩 세 번으로 나누어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세 "전설"들의 원탁 대담:

무척 길어서 가려 둡니다.


헉헉.....무척 힘들군요. 2부는 아마 다음 주 주말에 시간이 나면 포스팅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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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J.H

2006/02/19 23:17 2006/02/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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