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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영상부터 하나 틀고 글을 시작할까 한다.

작년 BBC 프롬에서의 실황인 위 영상을 본 후, 정말로 간만에 같은 영상을 몇번씩 보고 또 보는 짓을 하였다. 그만큼 보는 이를 들뜨고 흥분하게 만드는, 열정에 가득찬 연주였기 때문이다.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의 충실한 수족,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최근 음악에 말 그대로 '물려' 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사실 두다멜은 내가 선호하는 지휘자는 결코 아니다. 그가 DG와 계약한 후에 베토벤 교향곡 5, 7번이나 말러 교향곡 5번을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하긴 했지만, 그 음반들을 굳이 사 듣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열정적인 해석과 연주는 두다멜과 그의 오케스트라에 대해 대표적으로 내려지는 평가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승부하기엔 부족하다, 왜냐면 베토벤과 말러는 조금 더 깊은 경지를 요구하니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다멜과 그의 오케스트라는 아직 좀 더 숙성될 필요가 있는 막 담근 술처럼 보였다.

그러던 차에 접한 위의 실황은 큰 만족감을 주었다. 내가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에게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설픈 '거장' 흉내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배경으로 자기들만의 색채를 가득 채워 돋보이는 개성과 열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그런 기획과 연주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음반은 나의 그러한 바램을 완전히 충족시켜준다.

이름도 생소한 남미 작곡가들의 관현악에서 느껴지는 이국의 풍미. 그리고 그것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젊은 남미인들의 열정. 이 두 가지는 정말 성공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각국의 오케스트라들이 상향 평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예전에는 존재했다는 소위 '지방색'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하였는데, 두다멜과 그의 악단은 이 음반을 통해서 남미인들 특유의 음악적 풍토를 이방인들에게 매우 매혹적으로 과시하는데 성공하였다. 카라얀의 베를린 필하모닉은 절대로 이렇게 흥분되는 연주를 들려주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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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J.H

2008/06/22 13:51 2008/06/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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