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그럼 그동안 나름 "바그네리안"이라고 자칭해 왔던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제대로 첨부터 끝까지 다 듣고 다 본 바그너 주요 작품들(소위 말해서 '바이로이트 프로그램') 전곡 연주는 몇 개나 될까? 어차피 실제 공연은 단 한번도 안 가봤으니까 그건 생각하지 말고, 음반 아님 영상물 아님 음원들로 한번 계산해보도록 하자.
편의상 지휘자들 이름만 명시해보기로 하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 페렌츠 프리차이, 칼 뵘
탄호이저 = 숄티, 자발리쉬
로엔그린 = 켐페, 슈나이더
트리스탄과 이졸데 = 칼 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 카라얀(51), 카라얀(70), 바르비조
니벨룽의 반지 = 카일베르트, 칼 뵘, 자발리쉬, 틸레만(2008 바이로이트 실황 생방송 - 듣는 중), 바렌보임
파르지팔 = 크나퍼츠부쉬, 바렌보임, 가티(2008 바이로이트 실황 생방송)
언뜻 보면 많아 보이지만, 그 동안 알게 된 국내 또는 국외 바그네리안들의 어마어마한 기록들에 비하면 이건 뭐 완전 새발의 피도 안되는구만. 박종호 선생님 책 보니까 일본의 어떤 바그네리안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만 70개 가지고 있고, 최근 열심히 바그네리안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한 청소년도 goclassic 디스코그래피 200자 보니까 전집 음반들 왕창 사고 있던데. 파르지팔의 경우엔 그것만 엄청나게 사고 듣고 파 들어간 '그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게다가 최근에는 솔직히 말해 바그너보다는 푸치니가 더 관심가는 오페라 작곡가가 되어버렸어. 순수한 수집욕의 측면에서도 이젠 바그너라면 별 감흥도 안 들고(그 데카 33장 버짓 박스 때문에 굳이 빡세게 노력할 의미도 이유도 잊은 듯). 그나마 곧 발매된다는 뵘의 바이로이트 실황 "명가수"하고, 계속 나오고 있는 바이로이트 실황 DVD들만 좀 생각이 날락말락하지만 돈 없다면 말짱 황이겠지.
그러므로 결론.
어디가서 바그네리안입네, 바그너 음악 좀 들었네 소린 하지 않는게 좋겠다. 하긴 지금까지도 대놓고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 해댄 일은 없는 것 같지만.......아마도.
이미 쓴 글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지...... 앞으로 혹여 바그너 관해서 음반평이든 뭐든 쓰게 된다면 예전보다 훨씬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ps: 근데 많이 사서 많이 들으면 그보다 적게 사서 적게 들은 사람보다 무조건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다 쓰고 나니 반발심인지 얄랑궂은 자존심 쪼가리인지 뭔지가 그런 의문을 품게 만드는군.
Posted by A.J.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