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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딱히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쪽을 즐겁게 그리고 손쉽게 접하고 있냐면 당연히 그렇진 않다. 늘 일정한 정도의 관심은 가지고 있으나, 18, 19세기의 음악들도 제대로 즐기기가 힘든 상황에서 20세기 이후의 생경한 음악 세계까지 손댈 정도로 오지랖이 넓은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세계와의 우연한 만남이 현존하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의 "화성학"을 포함한 여러 관현악 작품들이 수록된 이 음반을 사게 만들었다. 컴퓨터 게임 "시드마이어의 문명 IV"라는, 지극히 비음악적인 매개체를 통해 애덤스의 음악 세계와 접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처음부터 누구의 어떤 작품인지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게임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그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다, 라는 사연이다.

음반 내지에서 알게 된 바로는 "화성학"은 작곡가가 꾼 3개의 꿈을 바탕으로 하여 구성된 작품이라고 하였다. 그런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하면서 이 작품을 듣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배경을 알게 된 지금이라고 해서 그닥 달라지지는 않는다. 극히 작은 음의 분절들이 다채로운 변화를 보이며 반복되는 가운데 생성되는 몽환적인 음색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끔 촉구한다.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이라는, 익숙한 고전 음악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 계기가 철저히 비의도적이고 비음악적인 경험인 컴퓨터 게임이라는 점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음악적인 주제인 사이먼 래틀 경과 버밍엄 시티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 자체에 대해서는 도리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애시당초 같은 작품의 다른 연주라는 걸 들어 봤어야 말이지. "문명 IV"에서 사용된 사운드트랙은 이 음반과는 다른 음원을 사용한 듯도 한데, 별로 큰 차이는 못 느끼겠다.

생각해보면 이상과 같은 일련의 경험이야말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음악 감상'인 것일지도? 선입견과 확실한 의도 등의 요소들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명반이니 뭐니 하는 성가신 사항들마저도 무시해버리면서 음악 그 자체에 대한 흥미 오로지 그것 만으로 음반을 사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고전 음악 감상이라는 행위가 실제로는 수많은 관념과 선입견의 제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경험을 하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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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J.H

2008/05/25 01:44 2008/05/2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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